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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5.04.10 낭창한 나의 필리핀 이야기 2
  2. 2025.03.21 낭창한 나의 필리핀행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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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풍 필리핀

 

부제) 소매치기 이후

 

휴대폰을 소매치기 당한후 지갑에 남은돈은 꼬깃한 백페소짜리를 포함해 1300페소가 전부였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만 머리속으로 되뇌이며 숙소로 돌아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찌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차라리 지갑을 훔쳐가고 휴대폰은 놔두지. 그랬으면 송금은 가능하니 남은 여행기간... 어떻해든 버틸순 있었을텐데... 하필 휴대폰을... 

 

 

 

남은현금은 1300페소. 숙소안에서 곰곰히 생각해본다. 

그러다 문득 대사관이 떠올랐다. 

"아.. 그래. 이럴때 활용하라고 각국에 대사관이 있는거였지?" 

그런데.. 전화를 어떻게 하지? 

프론트데스크에 내려가 여자직원에게 요청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전화사용불가였다. 전화를 안빌려준다기 보단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자기전화는 걸기가 안된다는... 뭐 그런뉘앙스의 답변이였던것 같긴한데.. 그거나 저거나 내가 사용못하는건 매 한가지였다. 

 

또 생각해본다. 어쩌지... 불현듯 마사지가 생각났다. 

"아.. 그렇지. 마사지사를 불러 그녀의 전화기를 사용하면 되겠다." 

역시 난 똑똑해 라며 프론트데스크 여자의 전화기를 활용해 평소 부르던 출장마사지를 인터넷으로 불렀다. 

 

시간이 흘러 마사지사가 오고,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너 전화기 사용가능하냐? 되면 내가좀 쓰자. 그동안 넌 마사지 할 필요없이 침대에 누워 그냥 쉬어"

그녀도 나쁘지 않은 조건인지 허락해준다. 

 

이후.. 몇번의 대사관연결 시도끝에 드디어 한국말을 듣게되었는데... 

결론은 난 도움받을 해당사항이 안된단다. 소매치기 정도는 그냥 알아서 하란다. 

대사관에서 돕는 자국민은 큰사건에 휘말리거나, 건수가 커야되지. 나같이 겨우 소매치기 당한걸로는 어찌해줄 방법이 없다는 거다. 딱히 틀린말이 아닌것 같긴했지만, 당장 내 처지가 안좋다 보니 화가나서 한마디 해주고 끊어버렸다.

"뭐 이런 개떡같은 대사관이 다있노? 그럼 돈없는 난 어쩌란 말인교? 한국 못돌아가고 여기서 미아되란 말인교? 집에는 갈수있게 도와줘야 되는거 아닌교? 엿같네 정말."

 

결국 마사지도 못받고, 남은돈도 얼마없고, 정말 엿됐다는 생각이 들때쯤... 

더더욱 큰일이 앞에 놓여졌다. 

아.. 맞다. ㅆㅂ 오늘 체크아웃 해야 되는데... 어쩌누... ㅜ.ㅜ

 

지갑엔 몇푼의 돈과 해외에서 현금인출이 안되어 따로 빼놓았던 jbc신용카드 한장뿐. 

 

ATM기를 찾아 말라떼 거리를 거닐며 보이는 족족  jbc카드를 꼽아봤지만... 역시나 안된다. 계속 무언가의 에러만 뜨고 돈이 안나왔다. 분명 사용가능한 카드는 맞는데.. 왜이럴까 싶지만, 그걸 따지고 있기엔 당시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흘러갔다. 12시면 체크아웃인데... 연장을 하든, 숙소를 옮기든,  결정을 해야할 시간인데 언제까지 카드타령만 할순 없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한국돌아갈때까지의 숙소는 미리 예약해둘걸 후회가 막심했다.

 

사람이 막다른길에 닥치면 뭐든 한다고 했던가? 나또한 사람이라 그런지 불현듯 지갑안의 현금인출이 안되었던 jbc카드를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혹 이놈의 카드가 숙박결제 할때 사용불가능이라고 뜨면 필리핀 사람앞에서 얼마나 쪽팔리고 부끄러울까도 잠시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거 따질 상황이 아니니 말이다. 

 

재수없고, 우범지대인 매너호텔은 더이상 머물기 싫어 리비에라 호텔로 가 본다. 

"방있어요?" 

저렴한방은 빠지고 하룻밤에 3500페소 짜리 방만 있단다. 

평소 휴대폰으로 결제하면 한국돈 5만원이면 될걸 무려 10만원 가까이 내라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일단 카드사용이 가능한지와 결제완료가 되는지가 내게있어 제일 중요한 일이기에...

신용카드를 내밀고 조마조마 결제완료란 말을 기다리던 그 시간이 상당히 뻘쭐했던걸로 기억한다. 혹 안된다면 뭐라고 하며 호텔을 벗어날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은 어떻게 지어야 될까? 별의별 생각을 하며 기다리는데... 카드단말기에서 영수증이 찍찍 소리내며 올라오는게 보인다. 

아... 다행이다. 일단 길거리에서 잘 일은 없겠구나. 

 

숙소를 옮긴후... 다시 곰곰히 생각해본다. 5일뒤 한국에 돌아가는데 현금이 없다. 

5일동안....

숙박? 카드로 이미 해결했다.

밥? 카드로 해결하면된다.

그러나 여자와 카지노는 카드로 해결이 안된다. 

어쩌누.. 어쩌지.. 현금이 반드시 필요한데... 호텔방안에서만 5일을 머물순 없는거자나. 

 

그러나 항상 돌파구는 있지 말입니다. 

 

차분하게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지갑안을 훑어보던중... 내눈에 띈 코팅지 한장.

은행 OTP.

그 코팅지에 쓰여있는 한글을 꼼꼼히 읽어보던중 한줄기 희망의 빛이 보였다.  

폰뱅킹. 

그래 맞다. 전화걸어 송금하면 되겠네? 

천만다행으로 카지노에 있을때 환전상이 주고간 라이타가 있었고, 거기엔 그들의 연락처가 있었다. 

하나하나 척척 맞아 떨어지는구나. 역시 죽으란 법은 없는거란 생각을 하며 프론트의 전화를 빌려 그들에게 전화를 건다. 

 

"사장님~ 환전하시죠? 내가 소매치기 당해서 폰뱅킹으로 송금할테니 페소좀 주셔요"

 

당연히 그들은 오케이긴 한데... 나보고 오카다카지노로 오란다. ㅆㅂ

금액이 적어 그런가 내가있는 호텔로 오지는 않을려고 한다. 서비스가 뭐 일노 싶긴하지만 아쉬운게 나이기에 시간맞춰 오카다로 향했다. 약속장소에 늦으면 만나지 못할수도 있으니깐... (핸폰 없는게 이리도 불편할줄이야)

 

환전상이랑 오카내 한적한곳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환전상 : 얼마?

나 : 200

환전상 : 알겠음 송금하슈

나 : 전화기좀 빌려주쇼.

 

전화기를 빌려 폰뱅킹 시도를 하던중... 머리가 띵 해진다. 

큰일났다. ㅆㅂ 엿됐다. 머리가 어지러워 지고, 두통이 몰려온다. 

내가 애초에 은행에다 폰뱅킹허가를 받아놓은게 없다. 무슨용어인지는 모르겠지만, 폰뱅킹 사용할려면 처음 한번은 은행에 방문해서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거란다. 난 그런걸 한적이 없기에 폰뱅킹으로 돈을 송금할수 없다는 결론. 

 

어쩌지.. 어쩌누..

단순히 돈을 송금못하고, 페소를 못받는 문제가 아니다. 그결과 내 여행이 망가지는게 문제가 아니라,

내앞에 환전상 두명이 문제다. 이분들 나 때문에 여기 와있는데... 이제와서 내가 깜빡해서 몰랐다. 환전 안한다고 하면? 어찌 나올지 두렵다. 필리핀! 위험한 나라인데, 거기에 같은 동포는 더욱 위험 하댔는데... 

 

음... 

어쩔수 없다. 이짓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주변사람한테 부탁할수 밖에...

그러나 휴대폰이 없으니 전화번호를 모른다. 허.. 참. 

휴대폰 하나에 내가 너무 의지하고 살았나보다. 이거 하나 없으니, 당췌 모든삶이 이리도 불편할 줄이야..

 

곰곰히 생각해보다... 문득 하나의 번호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작은누나. 

뒷자리가 똑같다보니 중간번호가 어렴풋이 기억나긴 하는데... 

쪽팔리게 누나한테 전화를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갈등이 고조되었지만,

도박앞에 장사없고, 환전상 앞에 장사 없다.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누나한테 전화걸어 딱 이말만 했다.

"내 할말 없으니깐, 이것저것 묻지말고 내가 불러주는 계좌로 100만원만 송금해 주라. 나중에 기회되면 설명할께."

다행이 더 묻지는 않더라. 누나 고마워~~

 

그렇게 받은 4만페소. 

 

전자바카라에 100페소 200페소 헝거리하게 베팅하며 5일을 버텼던...

그때의 여행이 지금 돌이켜보면 기억에 꽤 남는다. 

 

소매치기범 이 똥개 버러지야... 넌 단순히 내 휴대폰 한개를 훔친게 아니야. 

넌 내 여행 자체를 망쳐 놓은거야. 그건 돈으로 환산할수 없는거 알아 몰라?

넌 죽을때 곱게 죽지 못할것이야~~ 내가 저주 할테니깐. ^^

 

 

이상. 도박쟁이 올림. 

 

 

 

 

 

 

 

 

 

 

 

Posted by 선녀와난했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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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설명절에 필리핀여행을 다녀온 바로 그날... 다니던 일터에서 갑작스레 그만두게 되었다.

필리핀 강행군으로 피곤에 쩌든 내게 날아오는 이런저런 지시들이 나를 짜증나게 만들다보니 그리된것인데... 오히려 난 퇴사가 반가웠다. 이젠 회사와 상관없이 맘껏 필리핀을 즐기리라~~~ 미친놈. 

 

그렇게 시작된 필리핀행이 내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될줄 그땐 몰랐다. 

 

에피소드 1.

 

부제) 소매치기

 

평소 내게있어 필리핀의 위험은 없다. 나름 생각하기에 나의 초라한 옷이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청바지에 허름한 티 몇벌 챙겨가서 입으니, 그 어떤 필핀사람이 날 겨냥해 범죄를 구상하겠나? 

그러나 그땐 뭐가 꽤 많이 꼬였는가보다.

추운겨울 출발할때 하필 누님이 선물해준 톰브라운 파카를 입고 갔다. 또 하필 장기여행이라 저렴한 숙박비를 위해 마닐라 매너호텔이라는 하룻밤2만원짜리 으슥한 숙소를 잡았었다. 또또 하필 그와중에 새벽에 돌아다닌 바람에... 소매치기를 당했다. 

하던대로 했어야 했는데... 

 

그날 오카다에서 새벽까지 게임을 즐기다 숙소로 돌아오는중... 배가 너무 고파 숙소근처 버거킹을 방문했다. 톰브라운 파카에 크로스 가방을 맨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어린소년이 문을 열어준다. "나갈때 동전이나 몇개 줘야지"라고 생각하며 햄버거를 주문하고 밖을 내다 보는데, 이 소년이 자기보다 조금 더 나이든 녀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게 보인다. "둘이 형제인가?" 별생각없이 주문했던 햄버거를 받아들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그 조금 나이더든 소년이 내게 다가와 몸을 들이댄다. 난 평소 많이 보이는 돈달라는 거지인줄 알았다. 근데 이녀석이 무지 심하게 몸을 들이댄다. 들이댄다기 보단 부딪힌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런 ㅆㅂㄴ이 왜 이런디야" 라는 생각과 함께 무서워 진다. 이러다 두들겨 맞는게 아닐까? 내가 뭘 잘못한건 없지만 겁이 나서 무작정 고함치며 달렸다. "Dont touch me"

 

급하게 숙소에 들어와 햄버거세트를 개봉한후 유튜브를 보며 먹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핸폰을 꺼내는데... 없다. 전화기가 없다. 순간 정신이 멍 해진다. 분명 범인이 누군지 알지만, 어찌할바 모르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혹시나 싶어 밖으로 나가본다. 역시나 그 소년은 안보인다. 아.... 이제 어쩌누. 배고픔도 사라지고 정신이 다시 아득해진다. 

 

찾아야 된다. 찾아야만 한다.

전화기안에 내 비행기 티켓, 은행카드, 신용카드... 필핀에서 사용할 모든게 들어있으니 꼭 찾아야만 한다. 

 

그러나 현실은... 

 

밖으로 나가 우선 버거킹 앞에 그 어린 소년을 찾아봤지만, 역시나 그녀석도 안보인다. 어린놈이 소매치기 놈에게 내 정보를 넘겨주고 같이 도망갔나보다 생각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던중... 젊은남여필리핀 사람이 나에게 묻는다. 무슨 문제냐 자기들이 해결해준다고... 내 사정을 안되는 영어로 손짓,발짓하며 설명하자 그들이 나를 도와준다며 자기 오토바이 같은거에 타랜다. 나도 그당시 미쳤었는지 무턱대고 타고, 말라테 시내를 뺑뺑 돌아댕겼다. 당시 미친게 맞다.

 

그러다 그들이 하는말... 지금도 기억한다.

"우리들이 그 소매치기범을 안다. 당신이 같이 가면 그녀석이 안만날려고 할테니, 우리들이 가서 당신 전화기를 찾아오겠다. 그러자면 돈이 필요하니 4천페소 달라."

순간 줄 뻔했다. 전화기를 찾아야 된다는 절박함에 돈을 줄 뻔했지만 지갑에 그만한 돈이 없어 못줬다. 참 내가 생각해도 난 멍청한거 맞다. 아님 너무 절박해서 그랬나.  

 

소매치기 이후 사기.... 필리핀이 무섭다는걸 새삼 다시 느낀 하루였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당시 내가 그와중에도 이런생각을 했던것 같다.

내게 사기칠려던 그 젊은 남여중.. 여자를 보며..

 

"저애 맛있겠는데, 얼마면 될까?"

 

나. 미친거 맞다. 

 

 

Posted by 선녀와난했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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