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설명절에 필리핀여행을 다녀온 바로 그날... 다니던 일터에서 갑작스레 그만두게 되었다.
필리핀 강행군으로 피곤에 쩌든 내게 날아오는 이런저런 지시들이 나를 짜증나게 만들다보니 그리된것인데... 오히려 난 퇴사가 반가웠다. 이젠 회사와 상관없이 맘껏 필리핀을 즐기리라~~~ 미친놈.
그렇게 시작된 필리핀행이 내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될줄 그땐 몰랐다.
에피소드 1.
부제) 소매치기
평소 내게있어 필리핀의 위험은 없다. 나름 생각하기에 나의 초라한 옷이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청바지에 허름한 티 몇벌 챙겨가서 입으니, 그 어떤 필핀사람이 날 겨냥해 범죄를 구상하겠나?
그러나 그땐 뭐가 꽤 많이 꼬였는가보다.
추운겨울 출발할때 하필 누님이 선물해준 톰브라운 파카를 입고 갔다. 또 하필 장기여행이라 저렴한 숙박비를 위해 마닐라 매너호텔이라는 하룻밤2만원짜리 으슥한 숙소를 잡았었다. 또또 하필 그와중에 새벽에 돌아다닌 바람에... 소매치기를 당했다.
하던대로 했어야 했는데...
그날 오카다에서 새벽까지 게임을 즐기다 숙소로 돌아오는중... 배가 너무 고파 숙소근처 버거킹을 방문했다. 톰브라운 파카에 크로스 가방을 맨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어린소년이 문을 열어준다. "나갈때 동전이나 몇개 줘야지"라고 생각하며 햄버거를 주문하고 밖을 내다 보는데, 이 소년이 자기보다 조금 더 나이든 녀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게 보인다. "둘이 형제인가?" 별생각없이 주문했던 햄버거를 받아들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그 조금 나이더든 소년이 내게 다가와 몸을 들이댄다. 난 평소 많이 보이는 돈달라는 거지인줄 알았다. 근데 이녀석이 무지 심하게 몸을 들이댄다. 들이댄다기 보단 부딪힌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런 ㅆㅂㄴ이 왜 이런디야" 라는 생각과 함께 무서워 진다. 이러다 두들겨 맞는게 아닐까? 내가 뭘 잘못한건 없지만 겁이 나서 무작정 고함치며 달렸다. "Dont touch me"
급하게 숙소에 들어와 햄버거세트를 개봉한후 유튜브를 보며 먹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핸폰을 꺼내는데... 없다. 전화기가 없다. 순간 정신이 멍 해진다. 분명 범인이 누군지 알지만, 어찌할바 모르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혹시나 싶어 밖으로 나가본다. 역시나 그 소년은 안보인다. 아.... 이제 어쩌누. 배고픔도 사라지고 정신이 다시 아득해진다.
찾아야 된다. 찾아야만 한다.
전화기안에 내 비행기 티켓, 은행카드, 신용카드... 필핀에서 사용할 모든게 들어있으니 꼭 찾아야만 한다.
그러나 현실은...
밖으로 나가 우선 버거킹 앞에 그 어린 소년을 찾아봤지만, 역시나 그녀석도 안보인다. 어린놈이 소매치기 놈에게 내 정보를 넘겨주고 같이 도망갔나보다 생각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던중... 젊은남여필리핀 사람이 나에게 묻는다. 무슨 문제냐 자기들이 해결해준다고... 내 사정을 안되는 영어로 손짓,발짓하며 설명하자 그들이 나를 도와준다며 자기 오토바이 같은거에 타랜다. 나도 그당시 미쳤었는지 무턱대고 타고, 말라테 시내를 뺑뺑 돌아댕겼다. 당시 미친게 맞다.
그러다 그들이 하는말... 지금도 기억한다.
"우리들이 그 소매치기범을 안다. 당신이 같이 가면 그녀석이 안만날려고 할테니, 우리들이 가서 당신 전화기를 찾아오겠다. 그러자면 돈이 필요하니 4천페소 달라."
순간 줄 뻔했다. 전화기를 찾아야 된다는 절박함에 돈을 줄 뻔했지만 지갑에 그만한 돈이 없어 못줬다. 참 내가 생각해도 난 멍청한거 맞다. 아님 너무 절박해서 그랬나.
소매치기 이후 사기.... 필리핀이 무섭다는걸 새삼 다시 느낀 하루였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당시 내가 그와중에도 이런생각을 했던것 같다.
내게 사기칠려던 그 젊은 남여중.. 여자를 보며..
"저애 맛있겠는데, 얼마면 될까?"
나. 미친거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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